제 8과 : 창조주 하느님
예비자 교리 제 8과 : 하느님(1)
I. 창조주이신 하느님.
하느님은 이 세상을 창조하신 분이다. 우리는 성서를 통해서 이 진리에 접근한다.
1. 누구의 작품일까?
원인과 결과에 의해서 눈에 보여 지는 것에 대해서는 그것을 만든 행위자가 있다. 훌륭한 건축물, 그림, 조각, 우리 바로 눈앞에 보여지는 모든 것에 대해서. 만든 자가 누구인가? 광활한 자연, 대지, 수평선을 보면서 이 세상은 누가 만들어 냈는가? 구약의 사람들도 이에 대해서 신학적인 반성을 하였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지어내셨다”고 말한다.
2.하느님이 하늘과 땅을 만드셨다.
창조(創造)라는 말은 “전혀 새로운 것의 산출을 의미한다. 창조하는 힘은 무한한 힘이므로 마땅히 신에게만 고유한 것이라 할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어떤 도구나 재료를 사용하여 어떤 물건을 만들어 내는 “제작”과는 다르다.
창조부터 우리의 결단을 요구한다. 이성으로 알아들을 수 없으며, 현대의 자연 과학으로서도 증명할 수 없는 일이다. 하느님의 창조가 불가사의한 신비이며 우리에게 무조건적인 믿음과 복종을 요구한다.
창세기 첫 장에서 성서에서는 창조 방법 즉 ‘어떻게’가 아니라 창조 원인 즉 ‘누가’를 더 강조한다.
3. 성서에 기록된 창조 사업
하느님의 창조 사업은 성서 첫 권인 창세기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창세기 1장 2절엔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지어 내셨다. 땅은 아직 모양을 갖추지 않고 아무것도 생기지 않았는데 어둠이 깊은 물위에 뒤덮여 있었고 그 물위에 하느님의 기운이 휘돌고 있었다.”(창세기 1,1-2)고 되어 있다. 그런데 이 어둠에 뒤덮인 심연을 하나 하나 질서 지우며 창조 사업을 하신다.
첫날 : 빛을 창조하시며 빛과 어둠을 갈라 놓으셨다(창세기 1,3-5).
둘째날 : 하늘을 창조하시어 하늘과 땅을 갈라 놓으셨다(창세기 1,6-8).
셋째날 : 바다와 땅과 육지와 식물을 창조하셨다(창세기 1,9-13).
넷째날 : 해, 달, 별을 창조하셨다(창세기 1,14-19).
닷샛날 : 바다 짐승과 물고기와 하늘의 새를 창조하셨다(창세기 1,20-23).
엿샛날 : 육지의 짐승과 인간을 창조하셨다(창세기 1,24-31).
그리고 제 7일에는 사업을 끝내고 쉬셨다(창세기 2,1-4).
우리는 여기서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제시하시고자 하시는 그 내용을 잘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느님을 창조주로 고백하는 것은 우리 신앙의 기본으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하느님을 옳게 안다고 할 때 그것은 그 분을 하늘과 땅의 창조주이심을 아는 것이다.
우리는 세상 창조의 기록이 과학적인 우주 생성의 기록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다만 모든 것이 하느님께로부터 비롯되었음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또 6일 동안 창조 사업을 하시고 7일째 쉬셨다고 되어 있는데 이것은 유대인들의 안식일 법을 하느님의 창조 사업에서부터 기원 찾음으로 안식일 법은 신성한 것으로 백성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함이었다.
4.창조의 목적
일상에 필요한 것을 만들 때 만드는 목적이 있다.
하느님은 이 세상을 만드시기 전부터 이미 계셨으므로 이 우주 만물이 없을 지라도 아무런 부족함을 느끼지 않으시고 스스로 무한히 행복하시기에, 선 자체이시기에 더 이상 소유할 선이 없다. 왜 창조를 하셨는가?
창조는 하느님은 우주 만물을 창조하심으로 당신의 지위를 명백히 드러내고자 하셨다. 하느님은 오직 당신 자신의 선하심을 주고받으실 즉 통교하실 목적으로 창조하셨을 뿐이다. 창조의 근거는 사랑이시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에 당시의 선성(善性)을 피조물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5.하느님의 계속적인 섭리(세계를 계속 유지하시고 지배하신다.)
하느님은 당신이 창조하신 만물을 창조 이후 그냥 두는 것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지속해서 창조하신다.<새로운 창조> 인간을 포함한 모든 피조물은 끊임없이 계속되는 하느님의 섭리에 의해서 생명과 존재를 지속해 나가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이렇게 우주 만물이 길이 보존되도록 돌보아 주시는 이유는 바로 그분의 사랑과 자비에 있는 것이다. 그분은 사랑하시기 때문에 피조물로 하여금 그들의 영원한 목적지인 당신에게로 안전하게 도달할 수 있도록 인도하신다. 이것이 바로 구원이다.
5. 창세기의 계시(啓示)
창세기의 창조 설화는 결코 꾸며낸 허구가 아니며, 우리에게 신앙의 진리를 계시해 주는 것이다. 창조 설화가 계시하는 신앙의 진리들은 다음과 같다.
1)하느님은 창조주이시다.<무에서 유로, 말씀으로 창조하심>
2)창조된 모든 것은 좋은 것이다.<하느님은 창조가 이루어 질 때마다 “보기에 좋다”고 감탄하셨다.>
3)사람도 하느님의 창조물이다. 하느님은 특별히 사람을 당신 모습대로, 인간은 불완전하게나마 하느님의 생명과 지혜와 사랑을 나누어 받고 있다. 인간은 하느님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하느님의 뜻에 맞게 세상을 관리할 사명이 있다.
4)선하게 창조된 사물은 선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본래 목적대로 선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본래 목적에 어긋나게 될 경우, 선은 악이 되고 축복은 저주가 되고 만다.
5)창조된 세계는 하느님께서 지배하신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이 세계는 하느님의 섭리에 의하여 질서와 목적 아래 유지되며 일정한 방향을 향하여 계속적인 창조를 이루어 가고 있다.
▶ 천지 만물은 어떻게 생겼습니까?
<답>천지만물은 천주께서 당신의 전능으로 없는 가운데로조차 창조하시고 그 섭리하심으로 보전하시며 다스리십니다.
▶천주께서 창조하신 만물 중에 가장 존귀한 것은 무엇입니까?
<답> 천주께서 창조하신 만물중에 가장 존귀한 것은 천사와 사람입니다.
6.천사(天使)를 창조하신 하느님.
존재의 질서 안에는 무생물, 생물, 동물, 인간, 천사 등 영적으로 완전한 것과 보다 못한 것이 있다. 그래서 흔히 이렇게 이야기한다. 무생물에겐 혼이 없고 생물에겐 생혼(生魂)이 있고 동물에겐 각혼(覺魂)이 있고 인간에게 영혼(靈魂)이 있다. 그리고 천사는 순수히 영적인 존재이다. 하느님은 인간과 하느님 사이에 천사라는 순수히 영적인 존재를 창조하셨다. 그리고 천사는 흔히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했다(루가 1,5;1,26 마태오 4,1-11). 성서를 보면 천사는 항상 하느님의 사자로서 인간에게 나타난다. 천사(天使)란 문자 그대로 하느님으로부터 보냄을 받은 사자(使者)란 뜻이다.
천사의 존재는 현대인에게 상당히 수긍하기 어려운 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는 무당이 굿을 할 때에 신을 접한 무당이 자기도 알지 못하는 행동을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타락한 천사에 대한 성서의 기록은 천사와 악마라는 영적인 존재의 역할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어떤 암시를 주고 있다. 샤머니즘에서 행해지는 잡신을 통한 무당의 모습은 천사와 악마라는 신적 세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베드로 전서 2,4 묵시록 12,7-9).
천사들은 하느님의 섭리의 도구들이다. 하느님은 천사들을 통해서 힘있게, 그러나 숨은 방법으로 우리를 돌보신다.
▶천사는 무엇입니까?
<답> 천사는 지력과 의지를 가진 순수한 신인데, 천주께서는 이들에게 은총을 주시어, 이를 잘 씀으로써 영원한 복락을 누리게 하십니다.
▶모든 천사들은 은총을 받아 잘 사용하였습니까?
<답> 모든 천사들이 은총을 받아 잘 사용하지 못하였으니, 천주의 뜻을 따른 이들은 상을 받아 천당에서 천주를 모시는 천사들이 되었고, 천주의 뜻을 거슬린 자들은 지옥에 빠져 마귀가 되었습니다.
▶천주께서는 천사들에게 무슨 임무를 맡기셨습니까?
<답> 천주께서 천사들에게 맡긴 임무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특히 사람을 보호하는 일을 맡기셨으니, 각 사람이 날 때부터 호수천사 한 분씩 정하여 주십니다.
▶각 사람이 호수천사께 해야 할 본분은 무엇입니까?
<답> 각 사람이 호수천사께 해야 할 본분은 존경하고 사랑하며 도우심을 구하고 그 인도하심과 타이르심을 잘 듣는 것입니다.
▶마귀는 세상에 무엇을 합니까?
<답> 마귀는 세상에서 사람을 지옥에 빠트리고자 하여 항상 죄악으로 유인합니다.
▶마귀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죄악에로 유인합니까?
<답> 마귀를 우리를 죄악으로 유인하는 것은 마귀 본래의 흉칙한 모습으로 하지 않고, 돈이나 명예나 쾌락이나 온갖 좋아 보이는 모습으로 하고 있습니다.
7. 진화(進化)란 무엇인가?
우선 우주의 진화와 인간의 기원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진화라는 말의 개념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진화(進化)란 말과 창조(創造)란 말은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진화란 어떤 사물이 존재하고 나서의 변화, 발전하는 과정을 두고 하는 말이다. 국어 대사전에 찾아보면, “진화란 생물이 외계의 영향과 내부의 발전에 의해 간단한 것으로부터 복잡한 것으로, 하등에서 고등으로, 동종(同種)에서 이종(異種)으로 그 체계를 향상해 감”이란 뜻이다. 그러나 창조(創造)란 “지음으로 만듦”이란 뜻이다. 그러므로 「우주가 진화한다」는 말과 「우주가 창조되었다」는 말은 조금도 상반되는 이론이 아니다. 창조된 세계는 얼마든지 진화될 수 있는 것이다. 현대 자연과학은 우주의 긴 진화 과정을 통해서 이 우주는 현재의 상태에 이르게 되었고, 그 과정 속에서 인간이 출현했음을 이야기해 준다.
II. 계시(啓示)란 무엇인가
세상에 많은 종교가 있는데 이를 크게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계시 종교이고 다른 하나는 자연 종교이다. 계시 종교로는 그리스도교를 들 수 있고, 자연 종교는 유교와 불교를 들 수 있다.
그리스도교를 계시 종교라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느님께서 직접 가르쳐 주신 계시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계시(Revelation)라는 말은 ‘Revelum’이라는 라틴어에서 나왔다. ‘Re’는 ‘다시’ ‘제거하다’의 뜻이고 ‘Velum’은 ‘휘장’이라는 뜻이다. 즉 ‘Revelation’은 re와 velation이 합하여 이루어진 단어로, ‘휘장을 열어 보인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따라서 계시란 인간의 지능으로는 알 수 없는 신비를(즉 생명, 구원, 영생의 신비를)하느님께서 직접 가르쳐 주신 것을 말한다. 이 계시에 바탕을 둔 종교를 계시 종교라 하는 것인데 그 계시의 내용은 우리 인간이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이기에 믿음이란 요소가 꼭 필요하다.
계시에는 하느님이 직접 알려 주시는 직접 계시와 인간이 대자연을 통해서, 또 양심을 통해서 아는 자연적 계시(간접 계시), 이렇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가 있다. 그리고 하느님은 대자연이나 인간의 양심을 통하여 당신을 드러내십니다. 오늘날에는 교회를 통하여 당신을 드러내시고 계신다.
1)‘계시’(啓示)란 무엇인가?
우리가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 지 알 수 있는 것은 하느님께서 먼저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알려 주셨기 때문이다 하느님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한 유한한 우리 인간은 무한하신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 지 알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하느님은 이러한 인간의 처지를 혜아리시고, 당신이 어떤 분이신 지 우리가 깨달을 수 있도록 당신 자신을 우리 인간에게 드러내 보여 주셔야 했다.
우리에게는 가려져 있는 하느님,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하느님께서 역사를 통해서 말씀하시고 당신을 드러내 보이시는 그 일을 일컬어 ‘계시’(하느님께서 당신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심)라고 한다. 곧 사람의 지혜로는 알아듣지 못하거나 밝힐 수 없는 일을 하느님께서 알아듣도록 가르쳐 주시는 것이 계시이다.
(1)자연을 통한 계시
우리는 자연적 지식을 통해서 신의 존재를 알 수 있는데 우리가 알기 전에 이미 하느님은 창조된 만물을 통해서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드러내셨다. 오늘날 과학의 발달은 자연 사물의 생리 현상이나 작용, 질서들을 깊이 연구하여 그것들을 지배하고 이용하는 놀라운 일들을 이루어 냈는데, 이 현상들은 당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까지도 깜짝깜짝 놀라게 하며, 탄성을 내게 한다. 그러나 우리 자신을 놀라게 하며 감탄하게 하는 과학이지만, 그 분야에서 종사해 온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계점이 있음을 볼 수 있다. 아무리 훌륭한 과학자라 해도 자연의 질서를 새롭게 바꿔 놓거나 그 생명 자체를 만들어 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이런 한계점을 통해서 우리는 만물을 만들어 내시고 그것을 다스리는 주인이 있음을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2)양심(良心)을 통한 계시
양심이란 하느님께서 인간의 마음속에 새겨 준 불 문법적인 규칙 또는 계명이다.
하느님은 당신의 뜻을 인간의 양심을 통해서도 드러낸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남의 물건을 훔쳤을 때 그 사람은 양심으로부터 심한 가책으로 인해 “훔친 사실이 드러나지 않을까, 불안과 공포 속에서 살아간다”라고 한다. 이와 같이 양심은 인간으로 하여금 바른 것을 지향하게 하고 그른 것을 피하게 하며, 그른 것에 대해서는 에밀레종을 온 지역에 울려, 드러나게 하듯 자신을 경계시켜 자신의 행동을 규제시킨다. 이런 점에 있어서 인간의 양심은 실로 신비스럽다 하겠다. 이것은 하느님께서 당신의 사랑을 인간의 심성에, 진리라는 소리로 심어 주셨기 때문이다. 사랑이신 하느님은 당신의 진리를 인간의 양심 깊은 곳에 심어 놓아 인간으로 하여금 양심의 법에 복종하도록 하고 계신다. 이 법의 소리는 언제나 우리로 하여금 선을 사랑하고, 악을 피하도록 마음의 귀에 경종을 들려준다.
2)직접계시(直接啓示) ; 인간에게 말씀을 건네시는 하느님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을 믿을 뿐만 아니라, 그분 친히 인간에게 말씀을 건네셨고, 당신을 참으로 선하고 지혜로우신 분으로 계시하셨으며, 당신 뜻이 감추어진 비밀을 알려 주셨다고 믿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께서는 계시로써 당신의 넘치는 사랑으로 마치 친구를 대하시듯이 인간에게 말씀하시고, 인간과 사귀시며, 당신과 공동체를 이루도록 인간을 부르셨다.”(계시 헌장2)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믿음이다.
하느님이 인류의 눈에서 감추어져 계심을 보여준다. 하느님은 원래 우리에게는 하나의 신비이다. 그분의 길은 우리의 길보다 높고, 그분의 생각은 우리의 생각보다 높다(참조 이사 55,9). 그렇지만 인간은 창조계를 통하여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 지 조금이나마 알아들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저 광활한 대우주를 볼 때 우리는 그것을 만드신 분은 무한하신 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또한 지성을 가진 인간을 보아서도 창조주야말로 인간 지력의 원천인 이성적인 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인간이 하느님을 인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리의 인식은 불완전하고 희미할 뿐이다 바로 이 한계 때문에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당신 자신을 계시하시는 것이다.
계시를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베일을 벗긴다'는 뜻이다. 하느님은 당신의 참된 생명을 누리도록 인류를 초대하고, 인간을 당신의 말벗으로 삼으심으로써,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 가운데 들어오심으로써 스스로 당신의 베일을 벗기셨다. 이처럼 사람을 당신의 생명으로 부르시는 사랑 깊은 이 초대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거저 주시는 순수한 선물이다.
하느님은 인간이 당신의 말씀을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그리고 '인간의 언어'로 말씀하신다. 즉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인류 역사 안에서 드러내 보이실 때, 그분은 인간의 역사 가운데에서, 인간과 함께 행동하시고 인간의 말과 인간의 지적 능력에 맞게 계시의 단계를 조금씩 높여 가신다. 여기에는 '하느님의 교육 방법'이 담겨 있다. 그래서 교회는 "하느님께서는 점진적으로 인간에게 당신을 건네주시며, 육화된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위격과 사명 안에서 절정에 이르게 될 초자연적 계시를 받아들이도록 단계적으로 인간을 준비시키셨다."고 가르친다.
3) 완전한 계시(啓示) ; 계시의 충만함이신 예수 그리스도
하느님은 인류의 역사와 사건들을 통해서, 특별히 이스라엘이라는 한 민족이 걸어온 역사의 고비 고비마다 인간을 위하시는 당신의 숨은 계획을 밝혀 보이셨다. 이렇게 역사를 통해 보여주신 하느님의 위대한 업적과 그에 대한 인간의 응답으로 인류 구원의 역사, 곧 '구세사(救世史)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 구원의 역사는 먼저 이스라엘 민족과 그들의 성조(聖祖)들, 예언자들에 의해 깊이 체험되고 해석되었으며, 성서에 기록되어 우리에게 전해지게 된 것이다.
때가 되자 하느님은 외아들을 세상에 보내심으로써 당신을 완전히 계시하셨다.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완전하고 유일한 '말씀'이시다. 예수님은 당신의 말씀과 행적을 통해서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 지 직접 드러내 보이셨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 이후로 하느님의 직접적인 다른 말씀은 없다. 예수께서도 당신 자신을 두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거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요한14,6).
4)계시를 통하여 부르시는 하느님에 대해서 응답하는 인간
그리스도인은 하느님께서 먼저 인간에게 말씀을 건네시고, 당신 자신을 드러내 보여 주신 것을 기뻐하며 감사드린다. 그리고 인간을 당신의 말벗으로 삼아 주시고, 당신과 사귀고 당신의 생명을 함께 누리자는 그 부르심에 기꺼이 응답하려고 한다.
그러므로 '신앙'이란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인간의 응답이요, 자기를 받아 주시는 하느님께 보여 드리는 정 깊은 신뢰이다. 한 마디로 신앙이란 하느님께서 순수한 사랑으로 인간에게 들려주신 초대의 말씀을 굳게 믿고, 기쁨에 겨워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며, 하느님의 큰사랑에 사랑으로 응답하는 일체의 노력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무리인 그리스도인 공동체 안에는 이 기쁨과 찬미와 감사의 정이 충만하게 넘쳐흐른다. 일찍이 이스라엘의 한 시인이 부른 다음과 같은 노래가 바로 그리스도인의 마음인 것이다. 하느님이시여, 당신은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생각해 주시며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보살펴 주십니까?"(시편 8,5)
▶계시(啓示)는 무엇입니까?
<답> 계시는 천주께서 친히 가르쳐 주시고 또 신령한 기적으로 그 진실성을 증명하여 주신 진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