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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검사장 인사

월요일은자유인 2012. 7. 14. 05:39

이명박 정권 마지막 검찰 인사의 핵심 관전포인트는 김진모(오른쪽) 서울고검 검사의 검사장 승진 여부였다.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과 증거인멸,

그 뒤 수사 무마 등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책임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에

김 검사의 검사장 승진은 무리수라는 게 검찰 안팎의 중론이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런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에게 검사장 자리를 선사했다.

김 검사는 2009년 9월부터 2012년 1월까지 2년4개월 동안 청와대 민정수석실 민정2비서관을 지냈다.

사정기관의 컨트롤타워 구실을 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부장검사급 인사들이 사표를 내고 관행적으로 파견근무를 해왔지만, 그의 파견 기간은 유난히 길었다.

이 대통령이 김 검사의 능력을 높이 샀다고 한다.

민정수석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직행한 권재진(왼쪽) 장관과 함께

그는 결과적으로 검찰 내 대표적인 '엠비(MB)맨'이 된 셈이다.

그러나 이 기간에 민간인 사찰 사건이 불거졌고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지원관실 직원들은 하드디스크를 영구 삭제해 증거를 인멸했다.

검찰의 1차 수사는 몸통을 밝히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났지만,

2012년 3월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폭로로 재수사가 시작되면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사건 은폐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일기 시작했다.

장 전 주무관은, 1차 수사 당시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은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이 당시 민정2비서관이었던 김 검사를 찾아가 "내가 연루돼 들어가면 민정수석실도 멀쩡하지 못할 것"이라고 협박했고 김 검사가 검찰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어찌하여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느냐"고 질책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증거인멸 사건으로 징계를 받게 된 진경락 전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은 지난해 2월 중앙징계위원회에 낸 탄원서에서 "민정수석실의 케이(K), 시(C) 비서관이 이영호 전 비서관에게 증거인멸을 강력하게 요구했다"고 주장했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케이 비서관이 바로 김 검사다. 김 검사는 지난 5월31일 민간인 사찰 재수사팀의 소환조사를 받았고 검찰은 김 검사의 혐의가 없다고 밝혔다.

민간인 사찰 재수사 당시 검찰 안팎의 사퇴 의견에도 권 장관이 자리를 지킨 이상, 김 검사의 검사장 승진도 이미 예정돼 있었다는 검찰 내 시각도 많았다. 어렵지 않을 거라는 검찰 내 시각도 많았다. 민간인 사찰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민정수석과 민정2비서관으로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은 사실상 '공동운명체'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인연도 특별하다. 김 검사는 2006년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 시절, 휘하 검사가 제이유(JU) 사건에서 진술 조작을 강요한 사실이 확인돼 이듬해 정기인사에서 대구고검으로 좌천됐다. 그때 부임한 대구고검장이 권 장관이었다. 그 뒤 권 장관은 2009년 8월 청와대 민정수석이 됐고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으로 있던 김 검사를 민정2비서관으로 데려갔다. 서울 지역의 한 검사는 "김 검사는 권재진 사람"이라며 "대통령이 김 검사를 챙겨준 것이지만, 권 장관이 챙겨준 측면도 강하다"고 말했다. 한 검찰 간부는 "인사권이야 그 권한을 가진 사람이 맘대로 행사하는 것이지만 김 검사를 검사장으로 승진시킨 건 너무 나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