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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2NE1의 ‘go away’와 악마적 세계관-마산교구주보20130915

월요일은자유인 2013. 9. 23. 21:01

2NE1의 ‘go away’와 악마적 세계관

 

goaway와악마적세계관-마산교구주보20130915.pdf

 

   ‘go away’는 신나고 경쾌한 음악 안에 나를 파괴함으로써 복수를 실현한다는 자살코드를 심어놓은 문화상품이다. 음악은 흥겹고 영상은 화려하지만, 복수와 자살을 미화하는 뮤비의 영상과 주인공 시엘의 주변 인물로 등장하는 2NE1의 3명의 멤버들이 맡은 역할에서 악마적인 세계관을 읽을 수 있다. 남친과 이별하고 결국에는 사고로 위장된 자살을 선택하는 시엘을 이 세 명이 밀착 동행하면서 그 자기파괴 과정을 노래로 행동으로 부추기기 때문이다.

 

    시엘이 운전하는 스포츠카 옆좌석은 본래 남자 친구의 자리였다. 남친과 결별한 시엘이 운전하며 과거를 회상하는데, 그 옆좌석에는 공민지가 앉아서 시엘의 마음을 대변하는 노래를 한다.

 

 

   날 따라다니던 남자 참 괜찮았던 남자/ 난 너 하나 때문에 다 다 다 보냈는데/ 누가 누구랑 헤어져/ 네가 나랑 헤어져/나 없이 잘 살아봐 yeah

 

   남친이 준 반지를 버리자 비가 내린다. 스포츠카의 덮개가 작동되지 않아서 시엘이 갑작스러운 소나기를 맞아야만 할 때, 공민지는 시엘에게 우산을 씌워준다.

 

   Tonight 하필 또 비는 내려 왜 / 내 모습 초라해지게/ 날 위로 하지는 마/ 이 손 치워 이제 남이니까

 

 

   자동차 경주에서 패배한 날 밤에도 비가 내리고, 시엘은 포장마차에 앉아서 그 빗소리를 들으며 술을 마신다. 바로 그 술자리에 공민지와 산다라박이 함께 있다. 공민지는 포장마차 바깥에서 우산을 쓴 채 시엘의 마음을 읽어내는 듯한 노래를 하고, 산다라박은 옆에 앉아서 소주 한 잔을 원샷해 버린다. 둘 다 시엘의 마음과 행동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술에 취한 시엘이 남자 친구에게 수차례 뺨을 강타당하고 쓰러져 있을 때, 시엘을 일으켜 세워주고 먼지를 털어주며 격려해 준 것도 공민지, 산다라박, 박봄이다. 이 셋은 시엘이 혼자 외로이 있을 때 각각 혹은 함께 나타나서 시엘과 함께 한다. 절친한 친구로 볼 수도 있지만, 그런데 요상한 것은 이 모든 과정에서 시엘이 이들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고 이들과 상호작용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남자 친구의 구타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얼굴로 시엘은 경주장에 등장하고, 시엘과 전 남친은 살기 어린 시선을 교환하면서 각자의 자동차에 오른다. 자살로서의 복수가 실현되는 경주가 시작되자, ‘2NE1’ 4명은 이전의 컬러풀한 옷을 검정 가죽옷으로 갈아입고, 이전보다 과도한 몸동작으로 신나게 노래를 부른다. 또 트랙 위에 네 명이 나란히 서 있는데, 질주하는 자동차가 그냥 통과하기까지 한다.

 

    ‘널 후회하게 만들어 줄게. 슬픔은 지금 뿐이야 boy Cause love is over Love love is over tonight’로 노래는 끝나고 곧바로 사고가 이어진다. 시엘의 차와 남친의 차가 부딪치고, 시엘의 검은 차만 폭발한다. 폭발음과 함께 거대한 불길이 솟아오른다. 구조가 가능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그 불길 속에서 시엘은 죽은 것이다.

 

 

   그러나 뮤직비디오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검은 가죽옷을 차려 입은 시엘, 공민지, 산다라박, 박봄 네 명이 사고 현장에서 곧바로 뒤돌아서 흐뭇하고 의기양양하게 걸어 나온다. 어깨를 두드리며 잘했다고 시엘을 격려한다. 이렇게 시엘은 죽고나서야 비로소 이 세 존재를 인식하고 서로 소통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셋은 무엇일까? 이들은 모두 시엘의 자기파괴를 유도한 영적 존재들이다. 죽고 영혼만 남은 시엘에게 자살로 복수에 성공한 것을 축하하는 기이한 존재들인 것이다.

 

 

   뮤비 곳곳에 정교하게 사용된 죽음의 이미지와 자살을 유도하는 경쾌한 음악이, 신나고 재미만 있으면 그만이라는 태도와 맞물려 청소년들에게 대량 소비되고 있다. 생(生)을 경시하는 백해무익한 내용이 예술로 또 문화로 포장되어서 숭배 받고 있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가 있으니까, 극도의 폭력과 자살까지도 미화시켜서 청소년들에게 중독적으로 소비시켜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폭력적으로 결별당하고, 술에 취해 남친 찾아가서 가혹하게 얻어맞고, 결국에는 자살로 복수한다는 이 이야기가 너무도 신나고 경쾌하게 표현되어 있다. 청소년들이 선망하고 숭배까지 하는 아이돌 스타가 이런 연출된 행동을 멋지게 할 때, 청소년들 무의식 안에는 모방 기제가 강하게 자리잡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중문화는 이렇게 소비되기만 하고, 아무도 그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악마적이다.

 

 

    상업적 영상물에서 보여주는 이미지, 소리, 배경 등 그 어느 것 하나도 우연히 들어가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이 정교하게 짜여진 설정이고 제작자의 의도가 그 안에 정밀하게 반영되어 있다. 뮤비 ‘go away’ 시작 부분 28초에서 30초 사이, ‘그땐 정말 죽여버릴테니까’라는 폭력적 대사가 나오고 시엘이 매우 당황스러워하는 2초 정도 무언지 알아들을 수 없는 사람 목소리가 나온다. 이게 도대체 무엇인지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시엘의 자살과는 무슨 관련이 있는지 제작자에게 진심으로 묻고 싶다.

 

 

 

 

 

 

출처 : 사랑과 생명의 인문학
글쓴이 : 이광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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