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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폭력적 문화상품에 교회와 부모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월요일은자유인 2013. 10. 15. 14:22

폭력적 문화상품에 교회와 부모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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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랄하고 경쾌한 노래 안에 자살의 메시지를 정교하게 심어 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2NE1의 ‘go away’를 보면서 명확히 확인했다. 여주인공 시엘이 어느날 갑자기 남자 친구에게 폭력적인 절교 선언을 당한 후, 술에 취해서 남친을 찾아갔다가 땅에 쓰러질 정도로 수차례 뺨을 얻어맞는 폭행을 당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남친에게 복수한다.

 

   잠시 나왔다가 사라져서 기억에도 없는 노래가 아니라, 가요 프로에서 수주 동안 상위를 기록했고, 청소년들이 이 수많은 모방ucc를 만들어서 인터넷에 올릴 만큼 인기곡이었다.

 

   이런 문화상품을 청소년들에게 열광적으로 소비시키기만 하는 사회가 정상 사회일까? 그리고 문자 그대로 악마적 세계관을 품고 있는 문화상품을 어린이와 청소년을 주타겟으로 판매하는 기획사가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고, 오히려 한류를 만드는 국위선양자로 칭송받기만 하는 대한민국은 정상 사회일까?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는 내용과 가치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경제 성장만을 추구해 왔다. 90년대 이후 문화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한 후에는 문화산업을 통한 돈벌이에 열광했고, 누구도 그 내용과 가치를 식별하지 않다. 개발독재 시대의 성장제일주의의 마인드가 문화의 시대까지 그대로 이어져 내려온 것이고, 그 병폐가 문화상품 안에서 고스란히 드러나는데도 누구도 그것을 지적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자살율과 자살 증가율은 세계 1위다. ‘go away’와 같은 문화상품이 높은 자살율의 근본 원인이라는 허황된 주장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보다 더 큰 사회구조적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상품 안에 정교하게 내재되어 있는 자살코드가 그것을 즐기고 소비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 무의식에 흘러들어가 쌓이고, 그것이 경쟁적 입시와 비정규직 등 다양한 형태의 스트레스 구조와 연결될 때는 자살의 가능성을 현격하게 높일 수 있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사회라 하더라도 스스로 표현하지 않아야 할 것들이 있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소비되는 문화상품이라면 더욱더 조심해야만 한다. 기획사에 그 정도의 도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부모와 교회는 감시와 경계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유해한 문화상품이 생산되고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것이 견제를 받기는커녕 일방적으로 칭송받고 따라야 할 모범처럼 존재하는 현상이 더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2009년에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if you seek amy’라는 노래를 내놓았을 때 미국의 학부모와 교육자은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 노래 안에 상당히 난잡한 성관계를 은밀하게 숨겨놓았기 때문이다.

 

     제목인 ‘if you seek amy’는 F(If), U (You), C (see-), K (k-a)-ME(my)는, FUCK ME를 은밀하게 표현해놓은 것이고, 실제로 임팩트 있게 반복되는 코러스 All of the boys and all of the girls are beggin’ to, If you seek Amy‘는 아래와 같은 의미를 가지게 된다.

 

 

 

But all of the boys and all of the girls are beggin’ to fuck me.

(모든 남자 여자들이 나랑 자고 싶어서 안달이야)

 

 

     미국 학부모들와 지성사회의 항의 때문에 이 노래는 빌보드 차트에서도 그렇게 높은 순위를 기록하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이 노래가 어떤 대접을 받았을까? 소녀시대가 공중파 방송에 나와서 선정적인 안무와 함께 이 노래를 다 불렀고, 청소년들은 브리트니의 춤동작을 따라하는 ucc를 수없이 만들어서 인터넷에 올렸다. TV광고에서도 이 노래가 자주 나왔기 때문에 부모님들은 아이들은 한 자리에 앉아서 이 노래를 다 들었다.

 

    영어라서 노래 내용을 잘 알아들을 수 없으니까 괜찮은 것일까? 부모 세대나 이 노래의 내용을 모르지, 청소년들은 이 노래 내용을 잘 알고 있다. 내용을 모르더라도 제작자의 가치관이 멜로디와 안무에 다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이 노래를 무의식적으로 접하는 것 자체도 결코 방관할 일만은 아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노래에 담긴 내용을 무의식적으로 흡수하기도 하지만, 그 노래에 대해서 부모가 포함된 지성 사회가 어떻게 반응하느냐를 보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문화상품이 존재한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 사회가 그것을 바라보고 대우하느냐이다. 우리 사회는 이 지점에서 거의 빵점이다.

 

 

   청소년 자살률 세계 최고의 국가에서 청소년들이 열광적으로 소비하는 문화상품 안에 자살 코드가 정교하게 숨겨져 있는데도, 누구도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일부 학자는 이런 문화상품을 국위선양하는 한류라고 칭송하기까지 한다. 이것이 과연 칭송받아야 할,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일용할 양식으로 먹어야 할 만한 내용일까? 기성 세대가 물질과 성공만을 위해서 ‘소중한 건 모두 잊고 산 건 아니었나!’ 깊게 생각하고 삶의 방향을 돌려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출처 : 사랑과 생명의 인문학
글쓴이 : 이광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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